오늘날 우리 사회는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정부는 출산 장려금, 육아 지원, 주택 혜택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아이를 더 낳게 하려 애쓰고 있죠.
그런데 과거 어떤 나라들은 이보다 훨씬 강경한 방법을 썼습니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결혼하지 않으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법을 만든 것인데요.
특히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 그중에서도 루마니아는
세계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인구정책으로 손꼽힙니다.
오늘은 결혼과 출산을 강제한 무서운 세금 제도를 중심으로
과거 동유럽 국가들의 인구정책과 그 결과를 알아보겠습니다.
① 인구가 무기였다 – 공산주의 국가의 인구 철학
공산주의 체제를 채택한 국가들, 특히 동유럽의 몇몇 국가는
‘인구는 곧 국가의 자원’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노동 인구가 많아야 공산 경제가 유지된다
• 많은 인구 = 더 큰 군사력, 더 많은 생산력
• 젊은 인구 = 체제 유지를 위한 정치적 안정
이러한 인식 아래, 1950~1980년대 동유럽에서는
출산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처벌성 세금을 부과하거나,
혼인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정책이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단연 가장 유명한 나라가 바로 루마니아입니다.
루마니아는 당시 대통령이던 차우셰스쿠의 지시에 따라
1966년부터 매우 강력한 출산 장려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 도구가 바로 ‘독신세’, 즉 결혼하지 않은 성인에게 부과되는 세금이었습니다.
② 독신이면 벌금? – 루마니아의 ‘독신세’와 출산 통제 정책
1966년, 루마니아는 법령 770호를 통해
공식적으로 ‘독신세(세룰 누프타)’를 도입합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25세 이상의 독신 남성/미혼 여성에게 급여의 10~20%를 세금으로 부과
• 결혼을 해도 자녀가 없으면 동일하게 과세
• 세금은 자동 공제되어 국가에 귀속
• 이혼 시 독신세 재부과
이 법은 단순히 세금 차원의 규제가 아니라,
사회적 압박과 낙인을 동반한 실질적 통제 수단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루마니아는 이와 병행하여 아래와 같은 정책도 시행합니다:
• 낙태와 피임 전면 금지
• 여성의 월경 기록까지 국가가 조사
• 직장 여성은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도록 강제
• 병원과 기업에는 출산 목표치가 주어짐
이처럼 국가 차원에서 결혼과 출산을 전면 통제했던 사례는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극단적입니다.
③ 그 결과는 어땠을까? – 수치로 드러난 효과, 그리고 그림자
이러한 정책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긴 했습니다.
• 1966년 법 시행 직후 출생률은 거의 두 배로 상승
• 1966년 한 해에만 루마니아 신생아는 27만 명 → 52만 명
• 젊은 노동력 증가로 단기적 생산성 향상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 강제된 출산은 여성들에게 엄청난 신체적, 심리적 부담을 줬고,
•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불법 낙태, 산모 사망률 급증
• 아이를 키울 수 없는 가족이 많아짐 → 고아원 급증
• 이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방임과 학대 속에 성장
특히 1989년 차우셰스쿠 정권이 무너지며
그동안 숨겨졌던 수천 개의 열악한 고아원 실태가 드러났고,
이는 세계 언론에 ‘루마니아 아동 참극’으로 알려지며
강제 인구정책의 비인간적 측면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④ 오늘날은 어떤가? – 과거에서 배우는 정책의 교훈
현재의 인구정책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강제적인 결혼, 출산을 유도하는 정책은 전면 배제되고,
자발성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출산 지원 중심의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죠.
예:
• 프랑스: 출산율 1위를 기록한 유럽 국가. 아이를 낳을수록 세금 혜택 증가
• 한국: 아동수당, 육아휴직 지원금, 신혼부부 전세대출 등 경제적 지원
• 일본: 지방 이주 출산 시 지원금, 아버지 육아휴직 권장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과거 루마니아 사례를 통해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1. 출산은 제도가 아니라 선택이다
2. 정책은 삶의 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3. 국가가 인구를 수단으로 보면, 국민은 피해자가 된다
마무리하며 – 세금은 유인책일까, 통제수단일까
세금은 때로는 국가의 도구가 됩니다.
그리고 그 도구가 어떤 방향으로 사용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삶은 천국이 되기도, 지옥이 되기도 하죠.
루마니아의 독신세는
국가가 ‘인구 증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금을 압박 수단으로 사용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제도는
사회적 불행, 여성 인권 침해, 아동 학대라는
치명적인 후유증만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묻습니다.
“국가는 개인의 출산과 결혼을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까?”
“세금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가?”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저출산 시대의 새로운 인구정책’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