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상상도 못 했던 일입니다.
온라인에서 아이템을 사고, 가상화폐로 결제하고,
클라우드로 게임을 스트리밍하는 시대가 이렇게 빠르게 찾아올 줄은 몰랐죠.
하지만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빠르게 따라붙은 게 있습니다.
바로 세금,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국가 간 디지털 과세 전쟁입니다.
“클라우드 게임에 부가세를 붙일 수 있을까?”
“앱스토어 수익은 어느 나라가 과세해야 하지?”
“게임사 본사는 미국인데, 한국에서 수익을 낸다면 세금은 누구에게?”
이처럼 디지털 시대는 국경 없는 돈의 흐름을 만들었고,
전 세계 국가들은 ‘게임과 과세’라는 새로운 싸움터에서
법적, 윤리적, 경제적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① 디지털 과세란 무엇인가 – 보이지 않는 수익에 세금을 매긴다
전통적인 세금은 물리적 재화에 붙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부동산, 식료품, 의류 등은
거래 시점에 명확한 실체와 가격이 있어 세금 부과가 쉬웠죠.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다릅니다.
게임 아이템, 앱 내 구매, 구독 서비스, 클라우드 서버 사용 등은
형체가 없고, 국가 간 경계를 넘나드는 형태의 소비입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세금 체계로는 과세가 매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조 원의 수익을 올리는 글로벌 IT 기업들과
게임 산업의 급성장을 고려할 때,
국가들은 이제 “가상 세계에도 세금을 매기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됩니다.
▶︎ 바로 이것이 디지털세(digital tax)입니다.
특히 게임, 음악 스트리밍, OTT, 앱스토어 같은 플랫폼은
디지털 과세의 핵심 타겟이 되고 있어요.
② 누가 얼마나 걷고 있나 – 국가별 디지털 과세 현황
- 프랑스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세를 추진한 나라입니다.
2019년부터 매출 기준으로
‘프랑스 내에서 발생한 디지털 매출’에 대해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대상은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대형 글로벌 IT 기업. - 영국
디지털 서비스세(DST)를 통해
검색엔진, SNS,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 2% 세율 적용.
게임 스트리밍 수익도 과세 범위에 포함됩니다. - 인도
‘균형세(Equalisation Levy)’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외국 기업의 디지털 서비스 수익에 6% 과세.
앱스토어 결제, 광고, 스트리밍 수익 등이 주요 대상입니다. - 한국
2021년부터 ‘역외사업자 부가세’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스팀, 넷플릭스 등에서 결제하는 소비자에게
10%의 부가가치세가 자동으로 부과되고,
플랫폼이 이를 국가에 신고·납부합니다.
이처럼 국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디지털세를 운영하고 있고,
그 속에는 자국의 세수 확보와
글로벌 기업과의 세금 형평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적이 숨어 있습니다.
③ 논쟁의 핵심 – ‘어디에서 과세할 것인가?’
디지털 과세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포인트는 바로 이것입니다.
“디지털 기업의 본사는 미국인데, 소비는 한국에서 일어난다.
그러면 세금은 미국이 걷는가, 한국이 걷는가?”
예전엔 기업의 ‘고정 사업장’이 세금 기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게임, 앱, OTT, 스트리밍 서비스 등은
물리적인 사업장이 없이도 전 세계에서 수익을 창출합니다.
예:
한 유저가 서울에서 구글 플레이를 통해 모바일 게임을 결제했다면,
그 수익은 미국 구글 본사에 쌓입니다.
하지만 실제 소비는 한국에서 발생했으니
“한국도 과세할 권리가 있다”는 게 논리입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OECD는 2021년, ‘글로벌 디지털세 합의안’을 발표했습니다.
•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소비국에 배분하여 과세 가능하게 함
• 기준 매출 초과 시, 자동 적용 (대기업 위주)
• 2025년까지 글로벌 도입 추진 중
즉, 앞으로는 “국가 간 디지털 매출 분배 과세”가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④ 디지털세의 미래 – 게임 산업은 어떻게 달라질까?
게임 산업은 디지털세 논의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익 구조가 다양하다
• 유료 결제, 광고 수익, 구독형, NFT 등
• 국경을 넘는 매출이 수시로 발생
2. 콘텐츠 소비가 국적을 초월한다
• 한국 게임을 미국에서 즐기고,
미국 게임사가 한국에서 수익을 올리는 시대
3. 과세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 스팀, 에픽게임즈, 앱스토어 등에서의 수익 흐름이 명확하지 않음
그렇다면 앞으로 게임 개발사와 소비자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 게임사는 더 복잡한 세금 신고와 관리가 필요해질 것
• 각국에 납부해야 할 세금 증가 → 수익 마진 감소
•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 압박 가능성
• 중소 게임사에겐 부담, 대형사는 회계 대응력 우위
하지만 반대로 보면,
이러한 투명한 과세 구조는 산업의 공정 경쟁 기반을 강화하고,
국내 콘텐츠 기업의 보호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존재합니다.
마무리하며 – 세금도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다
“게임에도 세금이 붙는다고?”
과거엔 어색했던 이 말이,
이제는 너무도 당연해진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앱을 결제할 때,
가상세계에서 아이템을 살 때,
넷플릭스를 틀 때조차
디지털세는 이미 조용히 우리의 삶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디지털 과세는
단순한 세금 징수가 아니라,
기술, 국가, 소비자, 기업 간의 새로운 ‘룰 세팅’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게임이라는
가장 빠르고 민감한 콘텐츠 산업이 서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