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많이 벌면 세금도 많이 낸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공식.
하지만 세금을 많이 내는 것만으로 끝이 아닌 나라들이 있습니다.
일부 국가는 ‘너무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죠.
이 글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실제로 시행 중이거나 논의된
부자 전용 특이세금에 대해 살펴보며,
그 배경과 정책적 의도, 그리고 논쟁점까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① 프랑스의 ‘부유세’ – 사라졌지만 전설이 된 세금
프랑스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부자세금’ 정책을 운영하던 나라였습니다.
이 세금의 정식 명칭은 ISF (Impôt de solidarité sur la fortune), 즉 부의 연대세입니다.
자산이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에게만 부과되는 세금이었죠.
• 기준은 대략 130만 유로(약 19억 원) 이상 자산 보유자
• 부동산, 금융 자산, 예술품 등 다양한 항목이 포함
• 매년 자산 규모에 따라 0.5~1.5%까지 부과
이 정책은 “사회적 연대”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도입되었지만,
결국 2018년 마크롱 정부에 의해 폐지됩니다.
이유는 명확했죠.
부자들이 세금 회피를 위해 국외로 이탈하는 현상이 속출했기 때문입니다.
부유세 폐지 이후 프랑스는 대신 부동산 자산에만 과세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부자에게만 붙는 세금’이라는 상징성은 여전히 사람들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② 미국의 ‘자산세’ 논쟁 – 벌어들인 것 말고, 가진 것에 세금?
미국은 아직 ‘부유세’를 공식적으로 도입하진 않았지만,
2020년대 들어 점점 더 많은 정치인들이 자산세(wealth tax)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대표적으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가 제안한 법안이 유명하죠.
이들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 미국 내 상위 0.1%는 전체 부의 대부분을 소유
• 고소득자보다 초고자산가가 더 적은 세율을 부담하는 현실
• ‘버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것’에 과세하는 것이 공정
이에 따라 자산 5000만 달러 이상 보유자에게 연 2~3%의 자산세를 부과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아직까지는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비판 측에서는 다음과 같은 우려를 제기합니다:
• 자산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
• 부자들의 국외 자산 이전 가능성
• 과세 행정비용이 과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쟁은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향후 미국 세제 개편의 중요한 키워드로 남아 있습니다.
③ 아르헨티나의 ‘슈퍼 부자세’ –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등장한 세금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던 시기,
아르헨티나는 초고액자산가에게 일시적으로만 부과되는 ‘슈퍼 부자세(wealth solidarity tax)’를 도입합니다.
이 세금은 한마디로,
“당신이 너무 부자이기에, 국가의 위기 극복을 위해 더 많이 내야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죠.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자산 23억 원 이상 보유자에게 부과
• 1회성 과세로 자산 규모에 따라 2~5.25%까지
• 부과 대상 약 1만 2000명
• 걷힌 세금은 보건의료, 중소기업 지원, 장비 구매 등에 사용
이 제도는 많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연대’라는 명분 아래 강행된 사례로 기록됩니다.
일부에서는 “위기 상황에서의 착한 세금”으로 평가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투자자 불신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④ 한국의 ‘종부세’ 논란 – 부자세인가, 아니면 국민세인가?
한국도 부자들에게만 적용되는 대표적인 세금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있습니다.
애초에 이 세금은 고가 부동산 보유자에게만 부과하는 ‘자산세’의 일종으로 설계됐지만,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가격 급등과 기준 조정으로 인해
중산층까지 대상에 포함되면서 큰 사회적 논쟁을 일으켰죠.
종부세는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 공시가 기준 일정 금액 이상 주택 소유자에게 과세
• 보유 주택 수, 합산 가격에 따라 세율 증가
• 다주택자는 최고 6%까지 세율 적용 가능
많은 사람들은 “이건 더 이상 부자세가 아니라 국민세다”라고 느끼기도 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의 종부세는 자산불평등 해소보단 부동산 시장 조절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하죠.
즉, 한국의 부자세는 ‘정책 도구’와 ‘정의 실현’ 사이의 딜레마 속에서
아직도 뜨거운 논쟁 중에 있는 상태입니다.
마무리하며 – 부자세는 처벌이 아닌 ‘책임의 이름’
우리는 때때로 “부자에게만 세금을 물리는 것이 부당하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부자세의 본질은 ‘벌’이 아닙니다.
사회적 자산을 더 많이 활용한 사람이,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의 원칙.
바로 그 철학이 부자세의 핵심이죠.
물론, 실행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릅니다.
탈세, 국외 자산 이동, 과세 기준의 불투명성, 정치적 부담 등 수많은 문제들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고, 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단 하나는 분명합니다.
부자만이 낼 수 있는 세금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세금은 단순한 돈이 아니라,
사회와 미래에 대한 투자의 이름일지도 모릅니다.